-
시작
전기가오리는 사회정치적인 주제의 철학적 측면에 주목하고, 반엘리트주의를 주창하며, 철학을 둘러싼 격차 문제의 해소에 기여하고자 하는 학문 공동체입니다. 공부 모임이자 출판사이기도 합니다. ‘전기가오리’라는 이름은 플라톤의 『메논』에서 따온 것입니다. 자신이 제대로 알고 있다고 확신하던 메논은 소크라테스와의 연이은 문답 끝에 어안이 벙벙해져 할 말을 잃습니다.“제가 보기에 당신께서는 외모나 다른 측면들에서 전적으로 바다에 사는 넓적한 저 전기가오리와 아주 비슷합니다. 왜냐하면 이것 역시 접근하거나 접촉하는 것을 항상 마비시키지만, 제가 보기에는 당신께서도 지금 제게 그와 같은 뭔가를 가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저로서는 영혼도 입도 마비되고, 당신께 무슨 대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플라톤, 『메논』, 80a–b, 이상인 역)
자신의 말문을 잃게 한 소크라테스를 전기가오리로 빗대는 데에서 단체의 이름을 착안하였습니다. 전기가오리는 공부 모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공부 모임에서 공역한 번역 원고가 쌓이자 자연스레 출판사로 전환되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면서 톡 쏘는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기를, 더 나아가 번역 출판의 형태로 한국 철학계에 의미 있는 산물을 내놓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지향점
첫째, 철학을 함께 공부합니다. 철학자의 이론을 암기하기보다는 문제의식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활발히 논의되거나 번역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접근하고 싶습니다. 언어철학, 의학철학, 분석 형이상학, 페미니즘 철학, 상대주의 인식론 등에 방향을 맞추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습니다. 둘째, 철학 텍스트 번역에서 변화를 꾀하고자 합니다. 철학백과의 항목과 논문이라는 좁은 영역의 텍스트를, 도착 언어인 한국어에서 어색하지 않은 문장으로, 새로운 번역어로 옮기겠습니다. 편집 및 검토에서 인건비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셋째, 출판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삼고자 합니다. 전기가오리에 중요한 것은 책을 내는 일 자체가 아니라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의 성장 및 책을 접한 후원자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입니다. 전기가오리는 책을 내기 위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냅니다. 공부 모임, 설명 배달, 설명 좌판, 설명 원고,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넷째,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지역, 젠더, 학력, 소득, 장애, 언어, 연령 등의 격차로 철학을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서울 외의 지역에서도 공부 모임을 여는, 그 누구도 젠더 정체성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공부 모임과 번역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가오리의 모든 활동에 함께할 수 있는, 몸이 불편하다면 그에 맞추어 설명을 제공하는, 영어를 못하더라도 철학적 논의를 나눌 수 있는, 나이가 어려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장을 까는 전기가오리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를 없앨 만한 구체적인 방책을 과감히 고안하고 실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다섯째, 장학 사업을 열고자 합니다. 적어도 다섯 명의 연구자가 설령 교수 임용이 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면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수혜자에게는 장학금은 물론이고 번역 출판의 기회도 제공합니다. 현재 매달 5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 중입니다. 여섯째, 철학을 둘러싼 신화를 깨고자 합니다. 철학은 거창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철학자를 신봉하는 것도 아니며, 철학 지식을 암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철학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철학이 신비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동의 합리적 활동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전기가오리를 출판사로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전기가오리는 철학 공부, 번역, 교육과 관련한 문제 해결 집단입니다. 후원자들과 함께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책을 구상하고, 그 해결책을 집행하여, 철학 공부, 번역, 교육과 관련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책은 목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물이라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